
“밭갈이 마치고 오대산 고개에 호미 던져두니 전나무 숲 파도소리는 여전히 법문을 설하네
지는 잎 뿌리로 돌아가 다시 거름이 되나니 빈승이 오늘 아주 떠난다고 말하지 마라.”
(자광당 원행 대종사 임종게)
조계종 원로의원인 자광당 원행 대종사의 영결식이 3월 16일 월정사 화엄루에서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등운 스님, 10·27법난 피해자 모임 수석부회장 중하 대종사, 전국비구니회장 광용 스님, 4교구 신도회장 고광록 씨 등 사부대중 1000여 명이 참석해 원행 대종사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은 명종 5타를 시작으로 삼귀의례와 영결법요, 행장 소개, 영결사, 종정 법어, 추도사, 조사, 헌화 및 문도대표 인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행장 소개에서는 대종사의 수행과 생애가 되짚어졌다. 자광당 원행 대종사는 1942년 전남 신안군 비금면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삶의 참뜻을 찾기 위해 사상계와 문학서적을 탐독하던 스님은 삼각산 문수암에서 독경과 염불 소리를 듣고 발심해 서울에서 오대산 월정사까지 6박7일을 걸어가 출가의 뜻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1970년 만화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탄허 스님으로부터 ‘원행’이라는 법명을 받고 시봉 소임을 맡으며 수행에 정진했다. 이후 한암·탄허·만화 스님으로 이어지는 오대산 법맥을 계승하며 수행자의 길을 걸었다. 스님은 월정사 부주지와 동해 삼화사 주지, 원주 구룡사 주지 등을 역임하며 가람 수호와 교화에 힘썼다. 특히 1980년 10·27법난 당시 강제 연행과 고문을 겪었으며 이후 법난 진상 규명에도 힘썼다.
또한 원주교도소를 중심으로 20여 년간 재소자 교정교화 활동에 헌신했으며 이러한 공로로 2023년 법무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월정사 멍청이’ ‘10·27 불교법난’ ‘탄허 대선사 시봉 이야기’ 등 저술을 통해 오대산 불교사의 기록을 남겼다.
스님은 2018년 조계종 원로회의 의원으로 선출됐으며 2019년 종단 최고 법계인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원로회의 의장 자광 스님은 영결사에서 “대종사께서는 10·27법난 피해자 대표를 맡아 피해자들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고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법난의 진실을 알리는 데 힘쓰셨다”며 “인생이 초저녁 풋잠에 꾼 꿈과 같음을 알면 부처요 이를 모르면 무지한 중생이라 설하셨다”고 회고했다. 이어 “부디 속환사바하시어 꿈속에서 꿈을 꾸는 미욱한 중생들에게 이 세상이 한바탕 부질없는 꿈임을 일깨워 달라”고 발원했다.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의 법어는 상월보선 대종사가 대독했다. 스님은 “대종사께서는 생사대사를 해결하기 위해 출가해 한암·탄허·만화 스님의 법통을 이어 수행하고 월정사 대웅전 중창을 비롯한 가람 수호와 불교중흥을 위해 정진하셨으며 재소자 교화에도 힘써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모범을 보이신 시대의 선지식이었다”고 추모했다. 이어 “진리의 삼매락을 누리소서”라고 법어를 내렸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추도사에서 “대종사께서는 10·27법난의 고초 속에서도 유위법에 집착하지도, 무위법에 머무르지도 않으셨다”며 “치우침 없는 넓은 포용력으로 화합의 길을 모색하며 수행자의 본분을 지켜온 종단의 큰 어른이었다”고 추모했다. 이어 “혹여 아직 이루지 못한 원력이 남아 있다면 속환사바하시어 다시 그 뜻을 이루시길 발원한다”고 말했다.

월정사 주지 퇴우 정념 스님은 문도 추도문을 통해 “이제 육신의 짐도, 고문의 기억도, 가람의 무게도 모두 내려놓으소서. 평생 그리셨던 화엄세계에서 이미 도착한 이로서 영원한 평온을 누리시길 발원한다”고 말했다.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은 조사에서 “큰스님의 가르침은 엄격하기보다 따뜻했고 늘 가까이에 있었다”며 “한 사람의 마음을 밝히는 일이 세상을 밝히는 일이라 하시며 교도소 교화에 전념하셨던 자비행이 그립다”고 회고했다. 이어 “사부대중은 대종사께서 걸으신 길을 따라 불법을 밝히고 중생 속에서 수행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등운 스님은 “스님께서는 마지막까지 지혜의 고삐로 심마를 다스리라 하셨다”며 “비록 육신은 떠나셨으나 남기신 지혜의 등불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10·27법난 피해자모임 수석부회장 중하 스님은 “고문 후유증으로 약한 몸을 지니고도 불굴의 신심으로 종단을 걱정하며 수행자의 본보기가 되는 삶을 사신 큰스님이었다”고 말했다.
전국비구니회장 광용 스님은 “세수 여든이 넘어서도 새벽예불과 탑돌이를 거르지 않았던 철저한 수행자였다”며 “무거운 법의를 벗고 적정의 언덕에서 편히 쉬소서”라고 발원했다.
4교구 신도회장 고광록 씨는 “화엄세계에서는 이름 없는 꽃도 귀한 존재라며 따뜻하게 위로해 주시던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며 “남겨주신 지혜의 등불을 마음속에 간직하겠다”고 추모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 자광당 원행 대종사의 법체는 인로왕번을 선두로 월정사 사리골 연화대로 이운됐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대종사의 법체는 불꽃 속으로 돌아갔다. 사부대중은 “나무아미타불” 염불 속에서 대종사의 극락왕생과 속환사바를 발원했다.
한편 자광당 원행 대종사의 49재는 초재가 3월 18일 오전 10시 오대산 월정사에서 봉행되며, 2재는 3월 25일 오전 10시 월정사, 3재는 4월 1일 오전 10시 횡성 보광사, 4재는 4월 8일 오전 10시 월정사, 5재는 4월 15일 오전 10시 횡성 보광사, 6재는 4월 22일 오전 10시 월정사, 막재인 7재는 4월 29일 오전 10시 월정사에서 봉행될 예정이다.

오대산 월정사=유화석 기자 fossil@beopbo.com
법보신문/유화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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