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이 간직한 500년 역사…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면 개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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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5-05-02 09:21 조회57회 댓글0건본문
日서 돌아온 오대산 사고본 실록·의궤 만날 수 있는 박물관 문 '활짝'
개관 특별전 내일 개막…추사 이름 적힌 오죽헌 방명록 '심헌록' 첫 공개
두 차례 리모델링 거쳐 시설 확충…수장시설 포함 건물 증축 검토 중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평창=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오대산 어귀에서 30리를 들어가야 사각(史閣)이 나오고, 사각과 20리 떨어진 지점에 월정사가 있습니다."(승정원일기 1725년 11월 7일 기록)
조선 왕조는 국가 운영과 왕실 전반에 관한 기록을 남겼다.
나라를 세운 태조(재위 1392∼1398)부터 철종(재위 1849∼1863)에 이르기까지 472년 역사를 담은 '조선왕조실록', 왕실 행사를 상세히 기록한 '조선왕조의궤'가 대표적이다.
실록과 같은 주요 왕실 서적은 여러 권을 찍어 보관하기도 했다.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606년 지금의 강원 평창군 오대산 일대에 들어선 오대산 사고(史庫)는 주요 보관처 중 하나였다. 깊은 산속에 자리한 사고는 각종 재난으로부터 실록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
오대산이 품었던 조선왕조의 실록·의궤를 위한 공간이 문을 연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되는 아픔을 겪었다가 오랜 노력 끝에 우리 품으로 돌아온 소중한 기록유산을 만날 수 있는 전문 박물관이 온전히 시작되는 순간이다.
국가유산청과 국립고궁박물관은 오대산 사고본(本)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를 소개하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을 다음 달 1일 전면 개관한다고 30일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3년 11월 상설 전시 일부를 선보인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의 전관 개관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기획 전시실과 영상실, 어린이박물관, 교육실·강당 등을 새로 꾸미고 어린이를 위한 체험 공간을 마련하는 등 관람객을 위한 시설을 확충했다"고 설명했다.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은 오늘날 '오대산 사고'와 같다.
박물관은 오대산 사고에 보관돼 있던 국보 실록(정식 명칭은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75책, 보물 의궤 82책을 포함해 1천200여 점의 유물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새로 단장한 박물관은 오대산 사고본 실록과 의궤를 다채롭게 소개한다.
전관 개관을 기념해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특별전 '오대산사고 가는 길'은 오대산 사고의 설립과 운영, 쇠퇴 역사를 40여 점의 유물로 보여준다.
예부터 오대산 사고가 있던 일대는 물·불·바람이 쉽게 침입하지 못하는 상서로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풍수지리상 재해를 피할 길한 장소로 여겨지는 곳에는 실록을 보관하는 사각(史閣)을 뒀고, 왕실 족보를 보관하는 선원보각, 사관이 머무는 청사 등이 있었다.
2023년 발간된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도록에 따르면 사각 2층에는 가장 중요한 실록을 뒀고 1층에는 의궤와 유학 경서, 법전 등 국가와 조정 관련 책을 차곡차곡 보관했다.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에서는 임진왜란 이후 국가의 중요한 도서를 보관하고자 지방에 외사고(外史庫)를 설치하는 과정부터 1909년 사고를 조사하기 위해 온 일본인의 흔적 등을 만날 수 있다.
습기에 약한 서적을 관리하기 위한 '노하우'도 주목할 만하다.
사관들은 주기적으로 책을 꺼내 바람에 말리는 포쇄(曝曬) 작업을 했는데 번암 채제공(1720∼1799), 추사 김정희(1786∼1856) 등 주요 인사도 오대산 사고를 다녀간 것으로 전한다.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정희가 포쇄를 한 뒤, 강릉 오죽헌에 들러 이름을 남긴 방명록 '심헌록'(尋軒錄)이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디지털 영상이 보편화된 최근 흐름을 담은 영상실도 새로 생겼다.
조선 왕조 역사를 기록한 실록이 만들어지고, 오랜 기간 오대산 사고에 보관돼 온 과정을 담은 15분 분량의 영상 두 편이 상영된다.
실록에 등장하는 동물을 캐릭터로 꾸민 어린이 놀이·체험 공간도 새로 들어섰다.
사각을 본떠 만든 공간에서는 체험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실록을 만들고 보관했던 방법을 재미있게 접근해보는 디지털 게임도 선보인다.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두 차례 공사를 거쳐 전면 개관했으나 보완할 부분도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월정사 측은 2022년 10월 왕조실록의궤박물관 건물을 기부채납했고, 국가유산청과 국립고궁박물관은 연구 용역을 거쳐 약 43억을 투입해 리모델링 공사를 끝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2023년 펴낸 '국립 조선왕조실록 전시관 리모델링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박물관은 당초 기존 전시동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 외에 증축도 검토했다.
수장고, 보존과학실 등을 포함한 건물을 새로 짓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올해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박물관은 전했다.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박물관에는 오대산 사고본 실록 총 75책 중 12책, 의궤 82책 중 24책 등 전시에 필요한 자료만 보관돼 있으며, 나머지는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다.
박물관 측은 "월정사에서 5천500㎡ 규모 부지에 디지털 영상 공간을 포함한 '보존연구동'을 건립하자는 제안이 있어 검토 중"이라며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조선왕조실록은 K-콘텐츠의 무궁무진한 원천"이라며 "우리의 실록과 의궤를 직접 감상하고 다양한 교육·체험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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