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성지 오대산 월정사


천년의 숲길로 아름다운
문수성지 월정사 출가학교

회주스님법문

문수성지 오대산 월정사

금강보검 번쩍 깎아 버리니


천하총림반사산天下叢林飯似山이요, 발우도처임군찬鉢盂到處任君餐이라
황금백벽비위귀黃金白璧非爲貴이니, 유유가사피최난惟有袈裟被最難 이로다.
곳곳이 총림이요 쌓인 것이 밥이어니, 대장부 어디 간들 밥 세 그릇 걱정하랴
황금과 백옥만이 귀한 줄을 알지 마소, 가사 옷 입어 얻기 무엇보다 어려워라.

연암 현해 스님


회주스님

이 게송은 만주와 중국을 통일하여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던 청나라의 영웅 순치황제順治皇帝가 지은 출가시의 첫 구절입니다.


<중아함경>에 병듦과 늙음이 없고, 근심, 걱정, 번뇌와 더러움이 없는 가장 안온한 삶을 얻기 위함이 출가의 목적이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면 세간을 떠나 출세간出世間으로 출가하는 목적도 역시 행복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같은 목적을 가지고 행복을 추구하지만 방법은 매우 다릅니다. 세간에서 욕망의 극대화를 지향한다면 출세간에서는 욕망의 극소화를 지향합니다.

우리의 삶은 생명의 도도한 흐름입니다. 정진은 항상 하는 습관을 갖추기 위한 연습입니다.

연꽃이 불교의 상징인 까닭은 꽃이 핌과 동시에 열매를 맺기 때문입니다. 출가하여 정진을 한다는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이미 새로운 삶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입니다. 이미 과거, 현재, 미래 삼세에 걸쳐서 나에게 행복의 열매가 환하게 다가오고 있는데, 나는 자꾸 특정한 꽃만을 찾고 있었다고 반성을 하는 동시에, 행복을 누릴 자격을 획득하는 것입니다.
보전寶殿에 주인공이 꿈만 꾸더니 무명초無名草 몇 해를 무성했던고!
금강보검金剛寶劍 번쩍 깎아버리니 무한광명無限光明이 대천세계 비추이네.

부처님께서 출가하시어 스스로 삭발하면서 읊은 게송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삶의 테두리였던 집에서 나와 머리를 깎고 염의를 입었습니다. 제한되고 한정되어 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정면응시와 진정한 삶에 대한 투철한 열망으로 출가를 한 것입니다.
이 몸이 나기 전에는 그 무엇이 내 몸이었으며, 세상에 태어난 뒤 나는 과연 누구입니까?
자라서 사람노릇 하는 잠깐 동안을 나라고 하더니 눈 한번 감은 뒤에 나는 또한 누구입니까?
삼계화택三界火宅의 집에서 뛰쳐나온 출격장부들이여 !
이곳에서의 수행정진이 선지식을 찾아 나선 선재동자의 간절한 구도정진으로 이어져, 온 법계의 중생들이 더불어 고해를 벗어나는 부처를 만드는 출가학교가 되길 기원합니다.

출가합시다.

오늘만이 아니라, 날마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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