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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성지 월정사 출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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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엄마, 아내, 딸 아닌 ‘나’를 찾다-월정사 출가학교를 가다(7월20일-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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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출가학교 작성일17-07-21 15:08 조회6,2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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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단기출가’로 시작

13년간 3000명 행자생활 체험

이 중 150명 출가자의 삶 택해

삭발하고 행자복까지 갖춰 입고

3보1배, 발우공양, 3000배 하며

하심하고 부처님 가르침 공부해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늘 ‘心출가’


세속의 인연을 단박에 끊은 출가수행자의 삶을 동경할 때가 있다.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길 꿈꾸고, 누구의 엄마, 아내나 남편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인정받고 싶은 순간에 더욱 간절해진다. 50회를 맞은 제4교구본사 월정사 출가학교에 3000여 명이 다녀간 것만 봐도 출가를 꿈꾸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1달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비우고 내려놓으며 희망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04년 9월 처음 시작한 월정사 출가학교가 벌써 50회를 맞았다. 지난 1일 입재식을 갖고 23일간 일정에 들어간 출가학교 현장을 14일 찾아가봤다. 이번 50기 출가학교에는 남행자 30명, 여행자 20명 총 50명이 입교해 비움과 하심을 배우고 있었다.

 

월정사 출가학교가 시작부터 주목을 받은 이유는 일반인이 행자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사찰수련회나 템플스테이를 뛰어 넘어 삭발하고 옷까지 갖춰 입고 행자로 살아간다는 특별함에 끌려 많은 이들이 월정사를 찾아왔다. 처음 시작할 때는 과연 1달이란 시간을 내서 행자체험을 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출가학교는 13년 동안 꾸준히 이어졌다.

 

무엇이 사람들을 매료시켰을까. 출가학교를 수료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내가 출가학교도 마쳤는데 이 정도 일도 못할까”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만큼 출가학교의 일과가 녹록치 않았음을 의미한다. 잠자기 전까지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도 내려놓고, 책이나 신문, 텔레비전도 안 본다. 여유로울 것 같지만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다. 입교하는 순간부터 강행군이기 때문이다. 오자마자 전나무숲길에서 3보1배를 하고, 여정의 절반에 이르면 상원사에서 적멸보궁까지 또 3보1배를 한다. 마지막 날엔 3000배 정진이 기다리고 있다. 3000배를 올리면 비로소 출가학교도 회향한다. 

 

하루하루를 지내면서 그동안의 습관은 짐만 된다. 늦게 자던 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본인만 힘들다. 오전3시반에 일어나 오후9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행자들은 기도 수행하고 강의를 듣는다. 마음대로 먹고 편하게 움직였는데, 출가학교에서는 앉고 걷는 것에도 법도가 있다. 앉을 때는 오른쪽 무릎을 먼저 꿇고, 걸을 때는 손을 가지런히 모아 차수를 한다. 질문이 필요한 강의시간 외에는 묵언이 기본이다. 삼시세끼 모두 발우공양을 해야 하고, 게다가 일주일동안은 오후불식이다. 청규를 지키지 못하면 108배나 300배 참회를 해야 한다. 혼자 참회하는 법도 별로 없다. 도반의 잘못을 모른 척 한 잘못으로 대중이 함께 절을 올린다. 그런 예는 없지만 정도가 심하면 퇴방을 당하기도 하는데, 나가기 전 반드시 3000배를 하고 가야 한다.

 

대중생활이 원칙이라 잠자리에 들 때도 남행자와 여행자로 구분에 각각 한 방을 사용한다. 1달 동안 24시간을 함께 생활하니 지중한 인연이다. 50기 행자들도 19세부터 67세까지 나이도 다르고, 학생부터 군인, 교사, 교수, 주부, 은퇴자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제각각이다. 처음엔 “내가 이런 사람이야”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도 행자 생활하다보면 성별, 나이, 직업을 구별하는 게 의미가 없음을 깨닫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도반이자 스승이다. 대중생활을 하며 배려와 희생을 배우기 때문이다. 서로를 거울삼아 탁마하는 것이다.

 

청규를 지켜 살다보면 행자들은 하루하루 달라지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월정사 출가학교 50기 김영국(법명 무견)행자는 오후불식 후 아침에 발우공양을 하면서 눈물이 났다고 한다. 밥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그동안 맛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식탐으로 음식을 먹은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내년이면 환갑을 맞는다는 그는 “이제 주변도 돌아보고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며 “일상에 돌아가서도 108배 정진하며 기회가 되면 장기출가학교에도 참여할 것”이란 희망을 전했다. 금경태(법명 지견)행자는 “불교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고 싶어서 출가학교에 왔는데 작은 그릇에 좋은 가르침을 파도처럼 받아서 넘치는 기분이 든다”며 “하루하루 지날수록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소중해졌다”고 한다.

 

실제로 새벽부터 저녁까지 빡빡한 일과를 따라가다 보면 게을러질 새가 없다. 오대산 숲과 맑은 공기, 새소리 빗소리를 들으며 행자들은 자연히 치유되는 느낌을 얻는다. 그렇게 힘들다는 술, 담배를 끊거나, 청정한 사찰음식으로 발우공양 하며 정크푸드를 멀리하다보니 10kg 감량은 거뜬하게 해낸 그간 참가자들이 이를 증명한다. 

 

출가학교 학감 적엄스님은 “동경하는 마음으로 출가학교에 왔지만 혹독한 일과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그럴수록 더 비우고 더 낮추면서 생활하게 되고, 회향 후에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출가학교를 마치고 나가서도 심출가(心出家)의 자세로 108배, 참선, 명상하는 이들 외에도 동문들이 마음을 모아 봉사활동을 하며 사회에 부처님 가르침을 회향하는 예도 많다고 전했다. 스님은 “출가학교가 포교와 출가자 확대는 물론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다”며 “불교미를 위해 권역별 출가학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한편 50기 출가학교 행자들은 기초교리와 부처님생애에 대한 강연을 듣는 것 외에도 오대를 참배하고 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함께 한다. 오는 22일 3000배 정진을 끝으로 출가학교를 수료한다.

[불교신문3316호/2017년7월22일자] 

 

사시예불을 올리는 행자들.
출가학교에서는 삼시세끼 모두 발우공양을 한다.

 

월정사=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 기사원문보기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59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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