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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임인년 동짓날에 (강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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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2-12-24 13:33 조회7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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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행 오대산 월정사 선덕·조계종 원로의원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서지는 못했지만,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우리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은 참으로 오랜만에 온 국민의 갈증을 달래준 청정수였다. 그들의 투혼 앞에서는 여도 야도, 좌도 우도 없이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 힘껏 싸웠고, 승패가 결정된 후엔 녹색 그라운드 위에서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4년 후를 기약했다. 이 ‘쿨함’이 16강에 오른 쾌거보다 더 우리에게 감동을 준 모습이 아닌가 싶다.

 

열두 달 전, 우리는 ‘검은 호랑이의 해’라며 큰 희망을 안고 임인년을 시작했다. 그러나 두 번의 전국선거를 치르면서 국론은 정확히 양 갈래로 쪼개졌고, 기어코 이태원 참사까지 일어났다. 원하건 원하지 않건 국민은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이자 확대 가족일 터인데 그 어느 때보다 분열과 혐오로 들끓었다.

 

그뿐인가. 다들 경제는 바닥이라며 아우성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지구의 숨은 더 가빠지고 있고, 불이 산을, 물이 마을을 삼키고 할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코로나 19가 어느 정도 잦아든 건데, 이마저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임인년은 그야말로 ‘어둡고 긴 터널’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보여준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과 ‘쿨함’은 그래서 임인년의 마지막 선물, 혹은 내년 계묘년 희망의 예고편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에게 세상을 이해하는 지평도 제공한다.

 

축구는 11명의 선수가 뛰는 스포츠다.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골키퍼, 풀백, 윙, 미드필더, 스트라이커 등이 자신의 위치에서 온 힘을 다한다. 풀백에게 왜 득점왕이 못 되느냐고 한다든가 스트라이커에게 최종 수비 능력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진짜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또, 축구는 공격수가 제일 중요하다느니 미드필더가 더 중요하다느니 하는 평가도 축구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11명의 선수가 자신의 위치에서 골고루 맡은 역할을 잘하고 그것이 빌드업되어 전체 전력으로 조화를 이뤄야 좋은 성적을 낸다. 이것이 어디 축구뿐이겠는가?

 

옛날 인도의 경면왕(鏡面王)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코끼리를 만져보게 했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이라는 말이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각자가 만져본 부분으로 코끼리를 상상하는데, 무, 돌, 절굿공이, 널빤지, 항아리, 새끼줄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알고 그것을 전부로 이해하는 잘못을 담은 이야기다. 사물을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의 주관과 편협함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의 한계를 언급할 때 사용한다.

 

모든 존재는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므로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축구도, 정치도, 사회도 다 마찬가지다. 임인년 올해 유독 아쉬운 부분이다.

 

아무튼, 격랑의 한 해 2022년 임인년이 노을과 함께 저물고 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늘 그렇듯 아쉬움이 밀려온다. 지는 해와 함께 모든 걱정거리를 묻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더 안타까운 세모(歲暮)다.

 

12월 22일은 동지(冬至)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우리 조상들은 동짓날을 희망과 새로운 출발로 보았다. 조선 시대 왕실에서는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보고 새해 달력을 나누어 주었다는 기록도 있다. 한 해를 결산하고 새로 시작하는 ‘작은 설날’이라고 불렀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 년이었지만, 동지 팥죽 한 그릇으로 계묘년(癸卯年) 새 희망과 새 출발을 다져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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